“사울과 요나단이 생전에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자이러니 죽을 때에도 서로 떠나지 아니하였도다 그들은 독수리보다 빠르고 사자보다 강하였도다 이스라엘 딸들아 사울을 슬퍼하여 울지어다 그가 붉은 옷으로 너희에게 화려하게 입혔고 금 노리개를 너희 옷에 채웠도다” (1:23,24)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시작할 무렵부터 임진왜란 중 전사하기까지의 삶을 그린 김훈의 ‘활의 노래’라는 책이 있습니다. 시적 표현으로 인간 이순신의 고뇌를 심도 있게 묘사한 특징이 있습니다. 삼하1장에는 다윗이 사울과 요나단의 죽음을 애도한 ‘활의 노래 (lament of the bow)’가 나옵니다. 이 애가는 다윗이 전쟁에서의 군인으로서의 모습만이 아니라 뛰어난 시인이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다윗은 활의 노래를 통해 개인적인 감정이나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사울과 요나단에 대한 진심 어린 존경심을 갖고 신앙적이며 민족적인 차원에서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다윗이 진실한 우정을 나누었던 요나단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토록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울의 죽음은 도리어 기뻐할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가 평소에도 하나님께 기름부음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죽인 자를 처형하고 그를 위해 조가를 지어 부른 것은 인본주의적인 왕정을 이끌던 한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이제 새롭게 시작될 신본주의적 왕정을 이끌고 나갈 다윗의 신앙과 성품이 어떤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물론 다윗도 불완전한 인간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상적인 통치자로서 다윗 왕을 세우시고 역사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통치자의 진정한 모습을 나타내십니다. 비록 다윗의 통치가 하나님의 뜻을 나타내는 일에 불완전할지라도 하나님 나라의 존재와 능력을 믿고 그 법도를 따라 살것을 교훈합니다. 그 불완전함은 또한 영원한 왕 곧 의로운 통치자로 오실 메시야를 소망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딸들아 사울을 슬퍼하여 울지어다’라고 애도하는 다윗, 자신을 죽이려 했고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렸던 사울 왕이지만 그는 엄연히 여호와의 기름을 부어 세운 왕으로 백성들에게 유익을 끼친 일면을 생각하며 그를 동정하는 다윗의 태도가 참 훌륭합니다. 깊이 짚어보면 이는 사사로운 개인의 감정보다 그를 세우신 하나님의 이름이 열방 중에 모욕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그의 신앙적 자세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하나님의 백성인 성도는 모름지기 자신의 유익보다 하나님의 영광을 먼저 생각해야 마땅합니다. 오늘도 나의 말과 행동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먼저 드러낼 수 있는 믿음의 삶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