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생각해 보니 피오리아에 온 지 벌써 2 달 하고도 10일이 지났습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는데 그러고 보니
처음에는 낮설은 부분이 많았는데 점차 이곳의 생활에 익숙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익숙해지지
않는 부분이 몇 가지 있습니다.
새벽 예배를 위해서 일찍 일어나 입김을 불어가며 차의 앞유리에 붙은 얼음을 긁어야 할 때,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기 위해 오가는 길에 지나게 되는 넓은 들판들, 목장의
소들을 볼 때,
처음에는 마냥 반갑던 눈이 슬슬 이제는 그만왔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
.....오랫동안 살던 캘리포니아가 아닌, 이곳이 새로운 생활 환경임을 알게 합니다.
몇 일 전에 딸이 제 방에 있는 프린트를 잠시 쓴다고 해서 공부에 관계된 프린트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새로 산 컬러 잉크젯 프린터로 딸이 처음 프린트한 것은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사진이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사진들을 자기 방 벽면에 붙여 놓은 것입니다.
딸에게는 그것이 일종의 낮설은 환경에 대한 '정붙이기'의 거룩한(?) 예식이었던 겁니다.
그 사진을 붙이고 나서야 이제야 자기 방 같다고
이야기하고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낀다는 아이를 보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만의 공간이 필요하고 그것이 편안함으로 다가올 때 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한
존재구나를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조금씩 익숙해지고 안정감을 찾아서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들을 큰 어려움없이 잘
보낼 수 있기를 뒤에서 묵묵히 기도할 뿐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 순간 한 순간이 나중에 돌이켜 보면 그때는 잘 몰랐지만 또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던가를 생각할 때가 오겠지요.
스마트 폰에 저장해 놓았다가 가끔씩 꺼내 읽는,,,
물론 이제는 거의 외우다시피하는
이 글을 또 다시 읽으면서 이곳에서의 두 달 하고도 10일의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목사가 어느 지역에 자리잡고 사는 위대한 목적은, 그의 학문을 닦기 위함도 아니고,
주중에 사람들을 심방하기 위함도 아니며, 심지어 주일날 그들에게 설교하기 위함도 아니다.
그 목적은, 한 사람의 훌륭한 인간으로 그들 가운데서 살기 위함인 것이다.
단순히 그가 거기에 가 있는 것 만으로도 땅에 속한 것으로 양육되지 않는 생활이
땅에서도 가능하며, 주일날 교회에서 선포되는 말씀이 공상이 아닌 실재라는 사실에 대한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The Preacher and His Models 내용 중에서 - 제임스 스톨커(James Stal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