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기억나는 국어 교과서 내용중에 국문학자이며 영문학자로 유명한 양주동 박사의 면학의 서에 실린 글이 개인적으로 참 인상 깊었습니다.
저자가 12, 3세 때에 시골에서 혼자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이야기 합니다.
문법 설명의 '삼인칭 단수'란
말의 뜻을 나는 몰라, '독서 백편 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란 고언만 믿고 밤낮 며칠을 그 항목만 자꾸 염독 하였으나, 종시 '의자현(義自見)'이 안
되어, 마침내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 눈길 30리를 걸어 읍내에 들어가 보통 학교 교장을 찾아 물어 보았으나, 그분
역시 모르겠노라 한다. 다행히 젊은 신임 교원에게 그 말뜻을 설명받아 알았을 때의 그 기쁨이란! 나는 그 날, 왕복 60리의
피곤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와, 하도 기뻐서 저녁도 안 먹고 밤새도록 책상에 마주 앉아, 적어 가지고 온 그 말뜻의 메모를 독서하였다. 가로되,
"내가 일인칭, 너는
이인칭, 나와 너 외엔 우수마발(牛杏馬勃)이 다 삼인칭야라."
-면학의 서 중에서
왕복 60리길의 피곤함도 마다하고 너무 좋아서 저녁도 안 먹을
정도의 기쁨이 어땠을까? 생각해보다 사실은 나도 지금 그런 기쁨을 조금씩 맛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저는 새벽 기도회와, 또 주중에 삼삼오오 함께 모여서 교회
식구들과 함께 나누는 말씀 묵상의 시간이 참 즐겁고 행복합니다.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것도 아니고...뭐가 그리 좋으냐고 물으면 그냥 오늘
나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이 참 좋기 때문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말씀의 은혜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더 큰 기쁨입니다. 모름지기 말씀을 벗하여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말씀 자체를
즐기고 흠뻑 누릴 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큐티 모임에서는 고전13장에 나오는 한 단어의 의미를
재발견하면서 그것 때문에 행복해 하기도 했으니 우리가 누리는 삶의 행복은 말씀 속에서 나오는 것이 분명합니다.
때로는 한 구절속에, 때로는 한 단어에서 누리는 기쁨이란!
교회 사역을 쉬는 월요일은 주로 아내와 함께 이 지역에 있는 근사한 커피 맛집을 순례합니다. 분위기있는 장소에서 진한 커피 향을 맡으면서 함께 큐티도 나누고 이런 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이 고상한 즐거움을 모두가 누렸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말씀 묵상은 우리 신앙 생활의 기쁨입니다. 가장 달콤한 로맨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