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통 멜 수 없는 날
바다 끝
외딴 섬
독거도
모로선 바위가
가파른 절벽을 만들고
세찬 파도를 막는다
마주선 바위에
소나무 뿌리 내리고
드문드문 단풍진 나무들이
섬을 색칠한다
언덕배기 너머
삭은 양철 지붕 아래
이끼 낀 돌담을 돌아
작은 밭뙈기
푸성귀가 전부다
새까만 둥지처럼
텅 빈집의 마루턱에서
옛날의 영화를 돌아보며
돌아오지 못할 님을
기다리는
속절없는 한숨에
주름 패인 얼굴들
갯바람에
녹슨 십자가의 종탑
바람에 흔들리는
교회의 종소리가
새벽을 깨운다
전기도
수도도 없는
문명의 소외지
긴 하품의 뱃고동 소리
연락선이 실어오는
일용품에 목을 늘리는
백발의 노인들
70이 넘은 노 목사가
사랑의 배달부로
가스통을 지고
쌀자루를
메어 나른다
당신 몸도 가누기 힘든
연세에
온 동리 짐을 나르니
어디서 나온 힘일까
사랑 때문이리라
사명 때문이리라
아직도 청춘이니
언제 은퇴 하십니까
가스통 멜 수 없는 날이
은퇴하는 날 이지요
오늘도
여전히
뱃고동 소리가
노 목사를 부르고
파도소리
바람소리에
해가 저문다
이 시는 10여년 전 시인이신 세광교회 윤 주 후 목사님이
독거도에 방문했을 때 지어 증정한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