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에 발라단의 아들 바벨론의 왕 브로닥발라단이 히스기야가 병 들었다 함을 듣고 편지와 예물을 그에게 보낸지라 히스기야가 사자들의 말을 듣고 자기 보물고의 금은과 향품과 보배로운 기름과 그의 군기고와 창고의 모든 것을 다 사자들에게 보였는데 왕궁과 그의 나라 안에 있는 모든 것 중에서 히스기야가 그에게 보이지 아니한 것이 없더라 ”(20:12-13)
히스기야가 왕으로 다스리던 14년째, 그의 나이 39세 되던 해에 큰병에 걸려 죽게 되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고침 받았고 생명을 연장받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앗수르와 대항하고자 동맹을 맺고 있던 바벨론은 위문 사절단을 보내왔습니다. 그들이 보낸 편지와 예물에 기분이 좋아진 것인지 아니면 죽을병이 나으니 갑자기 없던 자신감까지 생긴 것인지 슬쩍 교만한 마음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자신의 궁에 있는 모든 귀한 보물들과 그 나라의 아름다운 것들, 심지어는 왕의 개인 보물을 보관하는 창고까지 사절단에게 보여주며 과시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됩니다. 타국의 사절단에게 우리도 이만큼 가진 것이 있고 국력이 있는 나라라는 사실을 보임으로 앗수르를 대항하기 위한 바벨론과의 동맹을 더 굳게 하기 위한 행동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 보시기에 참 어리석은 행동이었습니다. 죽을병에서 치유받은 지가 얼마나 됐다고, 그리고 은혜를 입었다면 더욱 하나님만을 의지해야 했는데 어리석게도 자신의 가진 재산과 바벨론의 군사력을 의지하는 잘못을 범한 것입니다.
히스기야의 모습에서 가진 것을 자랑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에 대한 교훈을 배웁니다. 한국에 있는 한 교회는 교회의 비전 중에 하나가 '재산 증식을 하지 않는 교회'입니다. 대부분 교회들은 안정적인 재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잔액(balance)을 많이 확보하려고 하는데 이 교회는 모자라는 것을 불안한 요소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잘 사용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제로 밸런스(zero balance)로 유지하는 것이 건강하게 움직이고 있는 교회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많이 남기는 여유보다 목적에 합당하게 다 쓰일 수 있도록 청지기의 사명을 잘 감당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채워주심의 여지를 인정하고 그분을 더 바라보기 위함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그것을 더 의지하려고 하는 것이 본성입니다. 말로는 하나님을 의지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눈에 보이는 물질이 주는 안정감을 더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보다 다른 것을 더 의지할 때 책망을 받습니다. 그것이 군인의 숫자를 더 의지하려고 인구 조사를 했던 다윗의 잘못이었고 이방 나라의 사절단 앞에서 자신이 가진 물질의 힘을 자랑한 히스기야의 잘못이었습니다.
매 순간 하나님의 채워주심의 은혜를 의지하는 삶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의 계획이나 비전이 아닌 하나님의 이끄심으로 운영되는 가정과 교회와 우리 각자의 삶이 되기를 원한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더 의지하며 살고 있는지, 내 자랑과 마음의 안정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오직 주님만이 나의 힘과 소망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