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아들은 이러하니 르우벤과 시므온과 레위와 유다와 잇사갈과 스불론과 2단과 요셉과 베냐민과 납달리와 갓과 아셀이더라” (2:1,2)
유다는 망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라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아니 이제부터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잔치가 끝나고 사람들이 다 돌아간 자리. 누군가는 쓸쓸히 혼자 남아 치워야 하는 것처럼 비록 너무나 쓰라리고 아픈 유다의 역사지만 다시는 그것이 반복되지 않도록 누군가는 멸망 이후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했습니다. 역대기는 이런 배경에서 쓰여진 말씀입니다.
역대기의 저자는 이러한 시대 상황과 율법에 정통한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역대기를 누가 썼는가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저자에 대한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통상 우리는 그 사람을 에스라로 봅니다. 에스라는 포로로 잡혀간 사람들의 후손으로 태어났지만 이방 땅에서 모세를 부지런히 연구한 학사입니다. 그는 연구를 통해 비록 이스라엘이 강대국에 멸망했지만 남은 자들을 통하여 회복하게 될 것이라는 분명한 역사 의식을 가졌습니다. 나라가 망해도 하나님의 나라는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포로에서 돌아온 남은 자들을 통해 그 역사를 이어가신다는 믿음이었습니다.
역대기는 열왕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점이 있습니다. 북이스라엘의 역사는 빼고 의도적으로 남 유다의 역사만 기록하고 있습니다. 역대기는 거룩한 역사 전체의 연대기(Books of Chronicles)입니다. 에스라는 언약안에서 순수한 혈통만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었습니다. 창세기의 아담부터 시작해서 전부 다 새로 쓰고 싶었지만 너무나 많은 내용입니다. 그래서 족보로 방대한 역사를 대치한 것입니다. 족보는 방대한 역사를 가장 작은 단위로 축소시킨 것지만 그 안에 새로운 역사의식을 담았습니다. 포로에서 돌아온 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와 따듯한 보금자리도 필요했지만 자신들이 어떻게 해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자신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체성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의 미국 이민이 본격화된 지 50년이 넘었습니다. 처음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건너온 1세대는 고령화되어 석양의 노을처럼 서서히 자리를 물려주고 그 자리에 2세대들이 주역으로 등장했고 이들도 이미 40대 50대가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대들에게는 문화적인 갈등과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에스라가 품었던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생각해 봅니다. 오늘 우리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시대를 살아가면서 교회 교육과 함께 가정에서부터 자녀들에게 신앙의 정체성을 키우는 토양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