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발에게/ 이상예
해진 뒤창에
반창고를 붙인 너의 신발은
참 가난한 발을 가졌구나
마리아였다면
뜨거운 눈물로 부었으련만
온몸에 둘러붙은 유다 열병으로
차갑게 식어버린 내 발은
그저 지나쳐 버렸다
그럼에도 약속하마
그들 마냥 선을 긋고
금 밖으로 너를
쫒아내지는 않겠다고
가난한 너의 발이 보일 때마다
고장남 없는 나침반처럼
불편하게 몹시 흔들리겠다고.
이 글을 쓴 분은 케냐의 선교사로, 그리고 지금은 우크라이나에서 사역을 하는 신학대학원 동기였던 이상예 선교사입니다. LA에서 계시다가 어느 날 그분의 부름을 받고 두 자녀와 함께 낯 선 아프리카의 케냐로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틈틈히 묵상글을 쓰셨고 그 글을 모아 ’로고스 씨와 연애하기’라는 책을 내었습니다. 사막의 보물창고라는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 했는데 메마른 사막과도 같은 척박한 선교 현장에서도 그녀의 깊은 영성의 샘은 마르지 않고 흘러넘칩니다. 마치 천국의 제자 된 서기관처럼 주인의 창고에서 새것과 옛것을 부지런히 내오는 창고지기들 같습니다. 저도 그녀가 운영하는 보물창고에 가끔씩 들러 영성의 이삭 줍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한 줄 글 안에도 지성과 영성과 말씀의 깊은 이해까지 얻을 수 있어서 참 특별합니다. 이 시는 정확히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가장 소박하고, 가장 보잘것없는 곳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바라보며 그곳에서 외롭고 살아가는 영혼들과 함께 하는 삶에서 나온 글이라 생각됩니다. 선교는 연약함에 던져지는 것이라 합니다. 선교사의 삶은 자신보다 더 연약한 자들을 향한 그분의 마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짧은 시를 통해서도 한 영혼에 대한 소중함과 하나님의 마음인 선교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잠시 소개를 드렸습니다. 한 주간도 주의 은총으로 가득하시길 빕니다.